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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자립 ⑬ 시 작

관리자
2022-06-14
글벗모임에 가기 위해 활동보조인과 나는 오늘도 분주한 오전를 보낸다. 활동보조인이 오기 전까지 티비를 보거나 과자를 먹거나 체험홈에 같이 사는 언니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활동보조인이 온다. 그제 서야 내 하루가 시작 된다.

밥을 먹고 씻고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체험홈에 들어 온지 한 달 조금 더 된다. 부모님의 걱정을 무릅쓰고 유관순 누나가(나한텐 언니지만) 외쳤던 “대한독립 만세!”, “자립 만세”를 외치면서 집을 과감하게 떠나 체험홈에 들어왔다. 처음 2주 동안은 부모님이 너무 생각나서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었고 후회 안 할 자신도 없었다. 특히 부모님 생각을 할 때면 더 그랬다.

나는 장애를 가졌지만 가족에 관심을 많이 받고 자랐다. 항상 내 의견을 존중해주시는 부모님과 친구 같은 언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 나는 셋째 딸로 태어났는데 몸도 약하고 열병도 자주 앓아서 하루에도 두 세 번씩 병원에 가야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나는 뇌병변이라는 장애를 갖게 되었고 학교도 특수학교를 다녔다. 공부는 못 했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 학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왜냐하면 학교에 가면 밖을 나갈 수 있으니까.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고3 졸업식 왔고 졸업 후 뭔가를 배우러 다녔지만 재미를 느끼지 못 했고 엄마도 많이 편찮으셔서 나를 데리고 다닐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몇 년 간 집에 있게 되었다.

외출이라 해봤자 일주일 물리치료실 두 번과 가족끼리 가는 여행뿐이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책과 글 쓰는 데 취미를 붙였고 인터넷으로 책 사는 것이 재미있어 책을 자꾸 읽게 되었다. 책 읽는 것은 좋았지만 나도 내 인생을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다.

부모님도 나이가 드시고 나도 나이가 먹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우울했다. 특히 내 나이가, 내 인생이 아까웠다. 그래서 부모님을 2년 설득 끝에 체험홈 들어 올 수 있게 되었고 가족들의 지원 속에 자립생활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체험홈 생활이 찐해지듯이 가을에 찐한 가을바람을 맞으면 글벗모임 장소로 가고 있다. 글벗모임이 처음이라서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기대를 하면서 내 휠체어는 달린다.

2013년 겨울,
임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