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나도 자립할 수 있을까? 그럼 할 수 있지!
홍정수(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료상담 활동가, 탈시설 당사자)


어린 시절 생활은 어땠나요?

1986년생이고요. 아마 대구에서 태어난 것 같아요. 제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시설에 입소했다고 들었어요. 기억에는 없는데, “누군가 저를 안고 시설에 입소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습니다.

 

기억이 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시설에 계셨던 건가요?

네. 한 여섯 살, 일곱 살쯤부터 기억이 나요. 단체생활을 했던 게 떠오르거든요. 그 이전은 기억이 없어요. 학교는 거의 못 다녔어요. 시설 안에서만 공부를 했어요. 선생님이 “공부 재능이 있다”라고 해서 시설 안에서 수업을 받았는데, 정규 학교에 가는 건 어려웠어요. 목발 짚고 가려고 해봤는데 안 됐고, 휠체어로 가려고 했는데도 리프트차가 없어서 결국 재택 수업으로만 공부했어요. 결국 대구 성보학교와 연계해서 방문수업을 받으면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땄어요.

 

졸업 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시설 안에 있던 작업장에서 일했어요. 처음엔 지우개 포장을 했고, 나중엔 비닐하우스 클립 끼우는 일을 했어요.

 

시설에서 언제 나오시게 된 건가요?

2015년 4월 30일에 퇴소했습니다. 계기는 시설에서 어떤 캠프(사람센터의 '자립선데이')를 홍보했는데, 제가 2박 3일 부산 캠프에 갔거든요. 그곳에서 자립한 선배님들을 처음 만났고, 그때부터 “나도 자립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캠프 이후 바로 자립을 준비하신 건가요?

바로는 아니었어요. 처음엔 시설로 돌아왔는데, 캠프에서 만난 선배님들이 자주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외출도 같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커졌어요. 처음엔 시설에서 반대도 심했어요. “밤에 나가서 나쁜 일 당하면 어떡하냐” 같은 말도 들었죠. 그래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퇴소 후에는 어디로 가셨나요?

중구청에서 운영하는 자립생활 체험홈으로 갔습니다. 단기로 체험하고 한 달쯤 다시 해보다가, 곧바로 장기로 들어갔습니다

 

체험홈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나요?

시설은 규칙 때문에 자유가 없잖아요. 정해진 시간에만 밥 먹고, 외출도 허락이 필요했죠. 그런데 자립 후에는 내가 원할 때 나가고, 친구들이랑 술자리도 하고, 외박도 하고, 심지어는 술에 취해서 길거리에서 잔 적도 있어요. 그만큼 자유가 컸어요.

 

자립 이후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길 찾는 거요. 시설 안은 다 막혀 있어서 단순했는데, 사회는 너무 넓어서 길을 자주 잃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지하철만 찾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걸 배우면서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사람센터를 통해 받은 지원 중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이었나요?

은행에서 적금 드는 법, 지도 보고 길 찾는 법 같은 생활 기술을 배웠어요. 또 지역에서 선후배들을 만나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도 큰 힘이 됐습니다

 

언제부터 혼자 집을 마련해서 살게 되셨나요?

체험홈에 있다가 2016~2017년쯤 나와서 제 집을 구했습니다. 직접 부동산 가서 계약도 해보고, 모은 돈으로 보증금도 마련했어요

 

동료상담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자립하고 몇 년 후쯤이에요. 처음엔 동료상담 기초교육을 받고 시작했어요. 지금은 11~12명 정도 동료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상담은 그냥 “내 경험을 이야기 나누는 것”이에요. 같이 밥 먹고 영화 보고, 그렇게 하다 보면 동료들이 용기를 내더라고요.

 

시설에 있는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주셨나요?

네, 제가 직접 가서 “나와라”라고 강요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같이 외박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다 보면 동료들이 먼저 “나도 자립하고 싶다”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우리 시설에서만 해도 10명 가까이 나왔습니다.

 

사람센터와 다른 복지기관·시설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시설은 자유가 없고, 그냥 먹고 자는 곳이에요. 반면 자립생활센터는 “본인의 선택과 자유를 존중하면서 자립을 지원해 주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집회나 투쟁에도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네. 자립 후에는 집회에 쭉 나갔습니다. 어떤 분들은 집회 싫으면 안 나가도 된다고 말하지만,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장애인 접근성은 아직도 부족하니까, 집회와 기자회견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사람센터가 더 했으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여가 활동이나 문화 활동이 더 다양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했던 보치아, 볼링 같은 활동을 다시 하면 좋겠습니다. 저도 지금처럼 동료상담과 집회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전국 탈시설 연대와도 함께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사람센터 20주년을 맞아 바람을 전해 주신다면요?

사람센터 덕분에 자립을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잘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30년, 40년, 100년까지 이어가는 센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