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고 장혜란님의 영원한 자유와 안식을 바랍니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25-10-17
조회수 1158

17c0e76f8195f.png

(그림: 바바트 윤광웅 미술 선생님)


고 장혜란 님(1970. 1. 1. ~ 2025. 10. 14.)의 연고가 되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10월 14일 따뜻했던 고인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를 몇몇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어 낸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사람센터는 고인의 삶과 뜻을 이어 모든 동료들의 탈시설과 자립생활,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는 길을 묵묵히 열어가겠습니다.


사단법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드림.


※다음은 고인을 기억하는 이들이 보내어 주신 추모의 글입니다.


8240fa8dceef8.jpg


태란향 님(대구시립희망원에서 함께 생활, 현재 탈시설)


안녕하세요. 저는 태란향입니다. 월요일 저녁에 장혜란님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름만 들었는데도 기억이 났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장혜란님은 희망원 동 거실에서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었습니다. 누군가 주던 밥을 조용히 먹고 있었습니다. 말을 같이 해 본 적은 없었고, ‘잉잉’ 하는 소리를 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희망원에 들어갔을 때, 장혜란님은 이미 그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2023년 4월에 희망원을 나왔습니다. 월요일 소식을 듣기 전까지, 저는 장혜란님이 아직도 희망원에 계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먼저 나와서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화요일에 장혜란님의 사진을 봤습니다. 표정이 참 좋았습니다. 웃는 모습을 보니, 여기에서 좋은 일들이 많았겠구나 싶었습니다. 좋으셨나 봅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장혜란님의 장례식장에 왔습니다.


저는 희망원에 있을 때 세 번의 장례식을 갔었고, 작년에는 질라라비야학에서 장례식장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희망원에서 같은 동, 같은 방에 살았던 세 분의 장례식을 갔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관심도,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에게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생전 한 번도 찾아오지 않던 가족이, 돌아가신 뒤에야 장례식장에 와서 인사하고 국화꽃 한 송이씩 관 앞에 놓고 갔습니다. 장례식이 끝나면, 그분들의 물건은 희망원 선생님들이 꺼내서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그때 마음이 참 안 좋았습니다. 미웠습니다. '못됐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질라라비야학에서의 장례식은 달랐습니다. 모르는 분이었지만, 같은 학교 학생이었습니다. 노래도 들리고, 꽃도 놓고, 영상도 보았습니다. 살아 생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슬펐습니다. 모르는 분이었는데,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느낌이 달랐습니다. 슬펐지만 기분은 괜찮았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기억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다 같이 같은 마음으로 애도하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마음이 처음 들었습니다.


그래서 장혜란님이 생각이 납니다. 기억이 납니다. 잘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혜란님의 남겨진 물건들, 여기서는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장혜란님이 원하던 대로 해 주시겠죠. 장혜란님은 여기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것들을 남기셨을 겁니다. 그렇게 잘 살다가, 재밌게 살다가 혜란님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혜란님, 그곳에서도 편안히, 좋은 사람들과 잘 살기를 빕니다. 우리는 기억하겠습니다.


c1c3cb951a0cc.jpg


최정희 님(고인의 생전 활동지원사)


혜란님! 혜란님과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것 같아 편지로 인사해요.

혜란님께 줄 귀여운 편지지를 사러 가는 길이 다 혜란님과 함께 한 순간이었어요.

다이소에 들러서 스티커 사고 인형도 사고 귀여워하시는 거 좋아하셨는데… 저는 혜란님과 함께 다닌 길을 못 잊을 듯해요.


혜란님과 다니는 길은 저에게도 즐거움이었어요. 혜란님과 함께 다니면 왠지 모를 용기가 생겨서 모르는 분께 커피도 나눠주고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할 수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혜란님을 닮아갔나 봐요.


혜란님과 시장 가는 길도 생각나네요. 혜란님을 반기는 시장 상인분들 좋아하시던 어묵, 떡 이런 거 생각나시죠?

아직 집에는 혜란님이 나눠줄 커피도 많고 안 뜯은 새 장난감도 있어요. 

좋아하시는 홍시도 있고, 주간활동 가을소풍도 가셔야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티비도 보셔야 하시잖아요.

왜 말 없이 급히 가셨나요? 혹시나 혜란님이 돌아볼까 좋아하는 걸로 혜란님이 좋아하는 걸로 불러봅니다.


혜란님, 지금 새로운 곳에서도 여전히 커피를 나누어주시면서 친구를 만들고 계실 것 같네요.

거기에서도 혜란님의 눈웃음과 매력에 인기가 많으실 것 같아요.

저도 혜란님의 귀여움에 푹 빠져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거든요.

제가 혜란님의 말을 못 알아듣고 미숙하게 해도 뒤끝 없는 혜란님의 쿨함으로 저는 마음을 놓곤 했답니다.

죄송하고 고마워요. 그리고 무엇보다 혜란님 웃음이 저를 힘나게 해주었어요.


새로운 곳에서도 명랑한 혜란님으로 잘 지낼 걸 알기에 더 불잡지 않고 혜란님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이렇게라도 인사를 하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잘가요, 혜란님.


2025년 10월 15일, 최정희 올림.


35f3b0a1900fe.jpg


안영신 님(자립생활주택센터 팀장)


감사하고 특별했던 혜란님께.


자립생활주택에서 입주자와 담당자로 만나 혜란님을 지원했던 시간이 이제 2년 정도 되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작별 인사를 하게 될 지는 몰랐습니다. 그동안에도 병원에 입원하셨던 상황이 몇 번 있었지만,  항상 위험한 순간을 넘기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회복해서 병원 생활도 호캉스를 즐기듯 기분좋게 지내다 퇴원하셨던 분이기에, 병원에서 마지막 준비를 해야한다고 들었을 때도 왠지 저는 혜란님이라면 기적적으로, 다시 깨어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순간에도 영정사진 속 혜란님의 모습이 낯설기만 합니다. 한동안은 계속 이렇게 실감이 나지 않을 거 같습니다. 화요일과 목요일이면 주간활동서비스에 참여하셔서 센터 곳곳에서 혜란님의 모습이 보였고, 점심시간 때면 항상 사무실 입구에서 딸깍딸깍 휠체어 조작소리가 난 뒤에, " 나 왔다~! "  말씀 하시듯 혜란님이 크게 소리내며 들어오셨는데..이제는 그 시간마다 문득 문득 혜란님의 빈자리를 느끼게 될 거 같습니다.


특별하고,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당신이 있어, 때론 제가 지치고 힘든순간에 찾아가, 함께 웃고 장난치며 다시 또 기운을 얻었습니다.


앞으로도 혜란님을 떠올리면 유쾌하게 웃는 얼굴로 생각이 날 거 같습니다. 특히 동네 단골 마트나 시장 상인분들께 호탕한 웃음으로 인사 건네시는 모습, 센터의 동료들이나 집에 방문한 손님에게 환한 미소로 커피를 건네던 모습, 쇼핑을 즐기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을때 흡족한 표정으로 웃는 모습은 지금도 눈앞에 계신 듯 선명하게 생각 납니다.


이제 우리는 함께할 수 없지만, 하늘에서도 전과 같이 웃는 얼굴로 편히 쉬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당신을 중증중복의 발달장애인 탈시설 당사자로 지역사회에 누구보다 잘 적응하셔서 특별한 본인만의 인생을 살아가셨던 분으로, 그리고 함께한 시간들이 즐거웠고, 감사했던 '한 사람' 으로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천국에서 행복하게, 재밌게, 하고 싶은거 다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안영신 올림.


3917fc102b470.jpg

869bf5111c109.jpg

dbca289b9ced4.jpg



근조기와 조의화환을 보내주신 곳(37곳)

공익법단체 두루 이주언 변호사

국회의원 김예지

국회의원 서미화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나로장애인자립생활주택지원센터

노들장애인야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란들판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다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광역시 장애인복지과

대구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 조정민

대구장애인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

대봉성당 위령회

대봉성당 주임신부

레드리본인권연대

류규하 중구청장

마중물센터 우진아

사단법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단법인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단법인 한국장애포럼

사회복지법인 청암재단

숲다움 정주리

여기서함께센터

위블루

장애여성공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정의당 전 국회의원 장혜영

질라라비장애인야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