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부터 16일 2박 3일 간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캠프의 이름은 자립선데이 2박 3일! 거주시설(생활시설)에서 살고 계시는 당사자와 자원활동가, 스텝 분들과 함께 서울로 다녀왔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당사자 중심으로!',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생각을 갖고 함께 만들었던 이번 여행. 지금도 참 많이 기억에 남는데요.
이번 소식은 캠프 자원활동가로 참여하셨었던 이윤영님의 글을 통해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윤영님은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역본부에서 근무하고 계십니다. 본 글은 국민연금공단 사보에 선정되어 실린 글을 윤영님의 동의로 가져온 것입니다. 이번 자립선데이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자원활동가님의 소중한 글로 스케치해 보았습니다. (아래 나오는 이름은 가명 또는 별명입니다)
※캠프 당시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여 찍은 사진을 게재합니다.
아주 특별한 여름휴가 - 이윤영(자원활동가)
여러분, 휴가 잘 다녀오셨나요? 지금부터 저는 조금 특별했던 저의 여름 휴가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저와 이번 휴가를 함께 보낸 분들은 특별합니다.
나이는 오십이지만 아직 순수한 동심을 가지고 있는 길동님, 옛날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짱구님, 귀로 들을 수는 없지만 눈과 손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태규님, 단지 걸을 수 없다는 이유로 기죽을 필요는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희동님, 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피자가 정말 맛있다며 한파을 뚝딱 해치우신 토마스님, 한 달에 2만원인 용돈을 모아 다섯 분의 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산 아티스트 하데스님. 그리고 그들의 손발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준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사람센터)'의 직원분들. 봉사자분들. 그들과 함께 2박 3일 간 서울로 자립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사진1. 동대구역에서 모여 출발하기 전, 다 같이 모여 한 컷!)
자립캠프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생활하신 장애인분들의 '자립'을 위한 여행입니다. 그분들은 여행을 가본 적도, 심지어 시설 바깥으로의 외출도 거의 해본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시설에서 보호받으며 평생을 정해진 대로 살아내는 삶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 위한 연습으로 '자립 캠프'를 떠나보는 것입니다.
'사람센터'의 자립 캠프는 그 이름처럼 참가자가 직접 여행지를 고르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여행입니다. 스스로 지도를 보며 길을 찾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식당에 들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시키는 일. 이런 소소한 '일상'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정말 '일상'적인 것들입니다.
(사진2/3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기차를 타고 평범하게, 하지만 스스로 해 보기)
2박 3일 간 제가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그 말이, 가슴 아팠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 변해야 할 것입니다. 장애인 자립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제도 중 하나가 바로 '장애인활동보조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운영하는 우리 공단도 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제도를 개선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들에 대한 제 자신의 인식도 꼭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4. 궁금한 것이 많았던 참가자가 탈시설 한 동료에게 묻는 질문지, 어떻게 자립하셨어요, 도움받지 않고 혼자 어떻게 했지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진5. 참가자(오른쪽)와 함께 하루 계획에 대해 의논하고 있는 김해정활동가(중간)와 이윤영 자원활동가님(왼쪽))
누구나 원하는 대로 살 권리가 있고, 사회는 그것을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고, 우리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장애로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겠습니다.
경험한 것도, 생각한 것도, 더 많은데 글 실력이 부족하여 이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궁금하시거나 묻고 싶으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주세요. 여러분과 함께 대화 나누고 싶습니다.
(사진6. 마지막 날, 대구에서 자립한 동료들과 만나 함께 이야기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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