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숫자, 효율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곳”
안영신(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생활주택 전환지원2팀장)
사람센터에서 일하기 전 생활은 어땠나요?
1993년 대구에서 태어나서 쭈욱 대구에서만 살았어요. 대학도 대구에서 다녔는데, 전공은 사회복지가 아니고 직업재활을 전공했어요. 당시 분위기가 복수전공으로 사회복지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사회복지를 선택하지 않았어요. 고등학교도 이과 출신이라 처음엔 경영, 취업 이런 쪽에 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에서 직업재활을 전공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큰 목적은 없었어요. 그냥 ‘앞으로 전망이 괜찮겠다’ 싶어서 선택한 거였고, 무엇보다 대구를 떠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대구 내에서 갈 수 있는 학교를 찾다가 그렇게 됐어요. 저는 계속 대구에서만 살아서, 지역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것 같아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 사람센터인가요?
아니요, 첫 직장은 장애인복지관이었어요. 거기서 직업재활사로 2년 정도 근무했어요. 일하면서 느낀 건, 그곳은 실적 위주로 돌아간다는 거였어요.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숫자를 채우기에 급급한 분위기였죠. 조직 문화도 많이 경직돼 있었고요. 두 번째는 직업재활시설, 그러니까 보호작업장이었어요. 제가 들어갈 당시에는 막 중증장애인 취업지원 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이었어요. 처음부터 같이 틀을 만들어가는 일이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현장에 당사자들이 있고,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다 보니 혼란도 많았어요.
두 번의 직장을 그만둔 뒤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정말 힘들었어요. 구직 활동도 하기 싫고, 그냥 실업급여 받으면서 쉬었어요. 시간이 그렇게 잘 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6개월 이상을 그냥 쉬어 버렸습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아동이나 노인 분야도 고민했는데, 제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쉽게 결정이 안 됐죠. 그러다가 사람센터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어요.
사람센터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사실 사람센터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대학 동기가 다른 지역 IL센터에서 일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게 전부였어요. 오히려 저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알아보지 않았어요. 그냥 홈페이지랑 채용 공고만 보고 지원한 거였죠. 그렇게 2023년 8월에 입사했어요. 자립생활주택 전담 인력, 코디네이터로 들어왔고, 지금까지도 계속 그 업무를 맡고 있어요.
일을 시작하면서 전 직장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전 직장에서는 효율성과 실적이 우선이었는데, 여기서는 완전히 달랐어요. 당사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게 우선이에요. 심지어 의사소통이 힘든 최중증 중복장애인분들에게도 욕구를 묻고 존중해요. 처음엔 솔직히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진짜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주택 입주자 지원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거의 말씀을 표현하지 않던 분이 있었는데, 하루는 하늘을 보다가 갑자기 “떴다! 탔다!”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몇 년 전 제주도 여행 갔던 걸 기억해낸 거였어요. 정말 놀랍고 감동이었죠. 또 운동을 싫어하던 분이 시간이 지나면서 태도가 바뀌는 걸 보기도 했어요. 작은 변화 같아 보여도, 저희 현장에선 엄청 큰 일입니다.
권익옹호 활동에도 참여하셨다고요?
면접 때부터 “경찰에게 잡혀도 괜찮겠냐”는 얘기를 들었어요. 처음 집회에 나갔을 때는 “아, 올 게 왔구나” 싶었어요(웃음). 낯설고 어색했지만, 시간이 걸려도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변화가 생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람센터에서 일하면서 본인의 성격이나 태도가 달라진 점이 있나요?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성격이 딱딱했는데, 지금은 입주자분들과 일상을 같이 하면서 훨씬 활기차고 외향적으로 변했어요. 예전에는 생각도 못 했는데, 지금은 슈퍼 사장님이나 관리사무소 소장님께도 먼저 농담을 건네고 너스레를 떨 정도예요.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장애인을 ‘서비스 대상자’로 보는 게 아니라 ‘사람’으로 바라보게 된 겁니다
직장으로서 사람센터는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세요?
제일 바쁘고, 제일 활동적이고, 변화가 많은 곳입니다. 그런데 그게 저한테는 잘 맞아요. 이전 직장에서는 권태로움이 빨리 왔는데, 여기서는 변화가 많고 정신없는 게 오히려 원동력이 돼요.
사람센터가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시나요?
장애인 정책이 시작되려면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센터는 그 목소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또 가장 오래 내온 기관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직장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고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단순히 그냥 직장이라고 표현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생긴 것 같아요. 복잡하고 힘들지만, 제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마지막으로, 20주년을 맞은 사람센터에 바람을 전하신다면요?
앞으로도 계속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신뢰할 수 있고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체계적인 기관으로 계속 자리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