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유치원 교사에서 활동지원팀장까지
전양숙(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지원팀장)
어린 시절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군위에서 1965년에 태어나,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대구로 이사 와서 쭉 대구에서 살았어요. 서구 쪽에서 살았고요. 부모님 따라 그냥 나온 거죠. 부모님 계시고, 형제도 있는데 저는 막내입니다. 2남 1녀 중에 유일한 딸이에요.
원래 사회복지를 전공하셨나요?
아니오, 처음에는 유아교육을 전공했어요. 대학은 유아교육과, 대학원은 사회복지로 갔어요. 처음엔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20대 중반부터 40대 후반까지 교사로 일했어요.
사회복지를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유치원에서 6~7년쯤 일했을 때 장애 유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1년에 한두 명씩. 그런데 일부 학부모들이 “저 아이를 퇴원시키지 않으면 다 옮기겠다”라고 요구했어요. 원감이었던 저는 중간에서 설득했지만, 이건 아니구나 싶었죠. 장애는 아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다섯 살짜리가 출발선부터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든 거예요.
그래서 직접 통합교육을 추진하셨다고요?
네, 당시 유아교육 과정엔 ‘장애’라는 단어조차 없었어요. 너무 충격이었죠. 그래서 원장님을 설득해서 통합교육을 했습니다. 처음엔 아이들도 어색하고, 심지어 “장애아는 괴물이죠?”라는 말까지 나와 충격을 받았어요. 하지만 한 달, 두 달 만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돕고 편견 없이 지냈습니다. 오히려 어른들이 더 편견이 많다는 걸 배웠죠.
그 경험이 사람센터와 연결된 계기가 됐나요?
맞아요. 장애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복지에 관심이 커졌어요. 그래서 사회복지를 공부했고, “장애인 당사자가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죠. 그 얘기를 들은 지인이 “사람센터에서 사람을 뽑는다”면서 알려줘서 오게 됐어요
사람센터 입사는 언제였나요?
2015년이에요.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홈페이지도 안 보고, 그냥 마음만 가지고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그때는 집회나 시위 같은 활동은 반대한다고까지 말했어요. “지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은 집회와 투쟁에도 적극적이시잖아요.
처음엔 정말 낯설었어요. 그런데 몇 달 일하면서 깨달았죠. 신사적으로 말해도 비장애인들이 귀 기울이지 않아요. 집회를 하고, 목소리를 내야 겨우 만날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부딪히면서 왜 집회가 필요한지 몸으로 체득했어요.
사람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활동지원팀에서 활동지원 업무를 맡고 있어요. 사람센터는 단순히 활동지원사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자립 지원까지 함께해야 하거든요. 특히, 우리 기관엔 최중증, 독거 이용자가 많아서 일상적인 문제까지 같이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책임감이 무거워요.
다른 기관과 사람센터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세요?
타 기관은 활동지원만 한다면, 사람센터는 권익옹호와 자립 지원을 함께 해요. 최중증 이용자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요. 다른 기관들은 관리가 편한 분들만 받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오히려 사회활동을 권유하며 더 적극적으로 돕죠.
제도 변화도 직접 체감하셨을 것 같아요.
그럼요. 입사 초기엔 장애등급제가 있었고, 발달장애인은 아예 활동지원 대상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면 확대됐어요. 물론 예산은 그대로라 문제가 많지만, 확대 자체는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일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민원이 제일 많아요. 이용자와 지원사 양쪽에서 다 들어오니까요. 우리는 그 중간에서 화살을 다 맞아야 돼요. 그래도 서로의 권리를 지켜주면서 함께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센터가 본인의 삶에 어떤 의미인가요?
저를 변화시킨 곳이에요. 저는 평소 수용적이었고, 제도에 의문을 잘 안 가졌거든요. 그런데 사람센터에서 “왜 이게 이렇게 돼야 하지?”라는 질문을 하게 됐고,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게 됐어요.
직장으로서 사람센터는 어떤가요?
장점은 감수성이 풍부한 직장이라는 거예요. 장애 감수성, 성인지 감수성에 민감해서 배울 점이 많아요. 단점은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 하지만 그건 제도의 문제이지 센터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사람센터가 어떤 기관이 되길 바라시나요?
거창한 건 바라지 않아요. 지금처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요구를 잘 반영하는 기관이면 좋겠어요. 특히 최중증장애인을 잘 지원하는 전문성을 계속 이어가길 바랍니다. 또 자립한 분들의 기념일, 장례식, 추모식까지 함께하는 기관은 사람센터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센터 20주년을 맞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람센터 20주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200년, 2000년까지 사람센터의 정체성이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