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사회복지사로서의 내 인생의 전환점”
최현영(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생활주택 사무국장)


어린 시절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1986년 대구 동구 효목동에서 태어났어요. 가족은 다섯 식구가 있어요. 학창 시절에는 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없던 것 같아요. 사실 그때는 장애가 많이 감춰져 있던 시절이었어요. 같은 반에 장애인 학생은 없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제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학 진학을 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아니요. 원래 전공은 치기공과였어요. 치기공과를 전공해서 치기공사로 20대 내내 일했어요. 서울에서도 일하다가 집안 사정 때문에 대구로 내려왔고, 그 즈음 따놨던 사회복지사 자격증으로 다시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치기공이 돈 잘 벌고 취업이 빠르다고 해서 갔어요. 그런데 엄마가 자꾸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셨거든요. 사실 딱히 없었는데, 사회복지를 예전부터 생각하긴 했었어요. 그래서 엄마 권유도 있고, 제 성향에도 맞는 것 같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어요,.

 

그러면 그때부터 사람센터에서 일하게 됐나요?

아니요, 제가 29살 때였어요. 서울에서 일할 때 어머니가 아프셔서 대구로 내려왔는데, 두 달 만에 돌아가셨어요. 다시 서울로 갈까 고민하다가 홀아버지와 동생들을 두고 떠날 수 없었죠. 그래서 대구에서 직장을 찾다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사회복지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시설은 어떤 곳이었나요?

중증장애인 위주의 그룹홈 같은 곳이었어요. 제가 맡았던 여성 거주인실에는 10명 정도가 함께 생활했습니다. 시설 구조상 보호와 통제 중심이었고, 그 안에서 폭력적인 상황도 겪으며 ‘사회복지사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거기서는 얼마나 계셨나요?

약 4년 정도 있었어요. 하지만 3교대 근무가 힘들고, 보호 중심의 지원 방식에 대한 딜레마가 커서 2018년에 그만뒀습니다. 이후 두 달쯤 쉬면서 계속 구직 활동을 했어요. “3교대는 안 해야겠다, 거주 시설은 가지 말자”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프로그램 중심 기관을 찾다가 여러 이력서를 넣었고, 그중 하나가 사람센터였어요.

 

사람센터는 계획된 선택이 아니었군요.

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떠돌다 정착한 곳이 여기예요. 자기소개서에 “권익은 잘 모르겠다”라고 쓰면서도, “자립하려면 의식주 안에서 자기 주도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적어놨더라고요. 지금 보니 신기해요. 2018년 8월에 들어왔습니다. 처음 맡은 일은 자립생활주택 코디네이터였어요.

 

코디네이터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당사자가 사는 곳에 방문해서 필요한 지원을 찾아 같이 시행하는 역할이에요. 시설에서와 달리 24시간 감시나 통제가 없고, 당사자의 주도성을 존중하는 방식이었죠. 처음엔 시설(에서 근무했던) 습관대로 가르치려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임을 깨닫고 고쳐 나갔습니다.

 

시설 방문도 직접 하는거죠?

네. 예전에 일했던 곳에도 갔는데, 느낌이 참 이상했어요. 당사자들은 자립에 관심이 많았지만, 종사자들은 여전히 “밖은 무섭다, 보호해야 한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첫 지원 대상자 분이 생각나요. 퇴거할 때 제가 세팅을 다 해드리고 빠지려는데, 아쉬워하시더라고요. 보호 틀에서 벗어나 허전함도 있었던 것 같아요. 또 고(故) 김기영 님 사례처럼 가슴 아픈 일도 기억에 남아요.

 

자립 후 다시 시설로 돌아간 분도 있었나요?

직접 보진 않았지만, 고립감 때문에 시설로 돌아간 사례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시설에서 나오신 걸 보면, 결국 자립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의지와 제도적 지원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8년 동안 사회복지사로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예전엔 시설 마인드였다면, 지금은 센터 마인드예요. 개인의 생활이 중요하고, 제도가 그걸 어떻게 뒷받침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권익옹호 활동을 하면서도 달라졌어요. 보여주기식 캠페인만 해봤는데, 여기 와서 “당장의 부족함을 찾고 옹호하는 것”이 진짜 인권 활동이란 걸 알았어요. 도로 위에 눕는 것도 괜찮았어요. 혼자가 아니라 같은 뜻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였으니까요

 

직장으로서 사람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점수를 매기면 80점. 혼자 내버려 두지 않고 함께 가는 분위기가 장점이에요. 조직이 커지면서 딱딱해진 건 아쉽지만, 여전히 유연함을 지키려 노력하는 직장이에요. 요즘은 회원분들이 “사무실 와도 인사도 안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저도 공감해요. 더 친근하게, 동료 같은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센터가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시나요?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말을 실현하는 곳이에요.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삶을 정비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집보다 더 많이 있는 곳이에요. 사회복지사로서 제 마인드를 전환하게 해준 전환점이죠.

 

마지막으로, 20주년을 맞아 바람을 전해주신다면요?

회원분들께는 더 친근하게 다가가겠습니다. 예비 사회복지사들에겐 사회복지를 폭넓게 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상근 활동가들께는 “참 멋지고 대단하다, 언제나 파이팅이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사람센터 20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